"'민원속시원해결과' 불안전한 형용사의 조합", 딱 한 마디의 반대논리면 그만인데...

 

우리 낱말은 형용사 및 부사 없이 명사와 명사끼리만 묶어져 있어도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짧은 문구에 많은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불필요한 언어의 장식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짧게 한자어로만 글을 쓰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 한글은 풀어쓴 글이라는 인식이 있어 의사를 전달할 때 길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한글사전 엄청 두껍다. 한글은 어느 분야나 그 쓰임새에 맞게 필요한 용어들이 많다.


최근 계룡시의 '행정기구 및 정원 운영에 관한 조직개편안'이 시의회에서 부결이 되었다. 그 중에 '시민봉사실'을 '민원속시원해결과'라는 명칭 변경안이 있었다. 의회에서는 실질적인 행정이 중요한 것으로 부서명칭 변경의 무의미함을 내세우는 정도의 반대논리였다. 그러나 반대논리는 빈약하다. 부서명칭의 변경은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약속과도 같은 것이라서 실무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시원'이라는 용어의 명사와 '시원하다'라는 형용사와 전혀 다른 뜻이다.

시원: <명사> ≪역사≫ =시소(試所). [시ː―][始原] <명사> =원시(原始).

시원하다:<형용사><여불규칙활용> ① 알맞게 선선하다. 시원한 바람. ② 음식의 국물이 차고 산뜻하다. 김치 국물이 ~. ③ 답답한 마음이 풀리어 흐뭇하고 가뿐하다. 그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 앞이 막히지 않고 탁 트이어 ~. ④ 아프거나 답답한 느낌이 없어져 마음이 후련하다. 시원한 느낌을 준다. 물을 마시니 속이 ~. ⑤ 말이나 하는 행동이 상쾌한 느낌을 주게 명랑하다. 웃으면서 시원하게 말하다. 그의 시원한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⑥ 서글서글하고 활발하다. ⑦ 지저분하지 않고 깨끗하다. 청소도 시원하게 잘 되었다. 시원-히 <부사>


그렇다면 '민원속시원해결과'에서 '시원'이라는 용어는 위 '시원하다'라는 형용사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어 이 부분에서부터 용어의 선택이 잘못 되었다. 명사로서의 시원이 다른 뜻을 가지고 있어 자연스럽지 못했다.

 

단어와 단어의 조합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신도안+흙+미꾸라지'라는 각각의 명사가 합하여졌을 때 또 하나의 명사로서 새김될 수도 있고 의미 전달이 명확해 진다. 그러나 '신도안+의+거므스름한+미꾸라지'라는 용어가 합하여진다면 의미전달은 될 지언정 고유한 명사가 되기 어렵다.

 

형용사는 쓰임에 따라서 다양하고 동사와도 비슷한데,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상태를 표시하는 품사로서 명사처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명사처럼 바꿔서 사용하기에는 불안전하다. 물론, 쓰임이 다양해서 잘 찾아보면 안전한 용어도 있기는 하다.

 

계룡시가 '민원+속+시원+해결과'라는 용어로 부서명칭을 정하고자 추진했다면, 이에 대한 명확한 문리적 해석에 따른 주장이 필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학술적 논의를 하지 않은 탓에 주민들을 위한 의지도 퇴색한 점이 있다.

 

시의회도 집행부에서 선택한 부서의 명칭이 왜 주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지, 국어사전을 열어보고 문법적 해석에 대한 학술논의를 집행부와의 간담회 등에서 전달했어야 집행부가 부결될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오해를 사지 않았을 터인데, 부서명칭의 핵심적인 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부서명칭 7자밖에 되지 않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