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물을 마시라고 하고, 면장은 마시지 말라고 하네? 왜들 이러는겨? 벌써 더위 드셨나? 사람이 마시는 물 가지고 장난하나?"

 

 

엄사근린공원 우물 앞에 물병을 들고 서서 안내 판을 바라보던 한 아주머니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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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엄사근린공원 주차장 부근에 설치되어 있던 우물을 민방위 용도로 개선한 뒤 수질검사결과 세균이 많이 나와 음용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엄사면장의 안내판이 붙었다.


그동안 몇 년째 시민들이 음용수로 사용해 왔던 우물이라서 안내판이 없으면 세균이 감염된 물을 마시게 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친절하게 계룡시 담당부서와 엄사면에서 안내판을 걸어놓은 것까지는 좋으나, 우물 전체를 놓고 보면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는 찾아보기 힘든 코메디 한 판이다.


음용수로 부적합하다는 엄사면장의 안내판 위에는 계룡시장이 음용수 이외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사진). 한 우물을 가지고 계룡시장은 우물물을 마시라고 안내하고, 엄사면장은 마시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엄사면장의 안내판이 붙기 전에 떠온 물이 아직도 냉장고에 있는 시민들도 있다. 각기 다른 안내판은 우리 동네 시장과 면장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코메디를 연출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시민들이 마시던 물에 대한 안내가 이렇게 엉터리니 아무리 웃긴 코메디를 연출해도 시민들이 즐거울 일이 없다.

 

계룡시장을 믿어야 할 지, 엄사면장을 믿어야 할 지 '주민들의 우물 앞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관공서 조직구조나 지방자치의 인사행정, 권력구조의 역학관계, 선출직 공직자의 공신력 등을 살펴볼 때, 시장이 면장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더 크고 공신력이 있어 보인다.


이 우물은 엄사면장이 음용수로 부적합하다고 아무리 소리질러도 계룡시장이 '오직 마시는 물'로 사용할 것을 안내하고 있어 주민들은 면장이 거짓말 하는 줄 알고 있을 수 있다. 반면 면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장은 주민들에게 먹지 못할 물을 마시라고 안내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전후  과정을 떠나 결과만 놓고 볼 때 이건 코메디가 아니고 주민건강을 대상으로 우롱한 행위에 가깝다.


 

시장과 면장의 공신력 차이는 주민들이 마실 수 없는 물을 마실 수 있게 할 정도로 크다.

필자는 두 개의 안내판 중에 계룡시장의 안내판 내용을 믿고 물 몇 모금 마셨다. 탈은 나지 않았다.

 

계룡시는 우물이 오염되었다면 오염수치도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계룡시장은 우물이 오염되었는데도 주민들에게 마셔도 되는 것처럼 안내했다면 주민건강을 해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