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선거문화’ 관통하기


[선거취재 후기 ①] 후기 특성상 취재 장소, 일시 등은 생략하고 제시하는 수치 및 백분율도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용 일부는 근거가 미약한 부분도 있다. 후기는 글쓴이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다른 시각에서 볼 때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편집자 주.



돌아 온 최홍묵 당선자 “달라졌네?”


최홍묵 계룡시장 당선자계룡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재운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최홍묵 당선자가 과거 초대, 제2대 계룡시장 재직시절의 이미지에서 상당 부분 변화된 모습으로 선거가 진행됐다.


첫째는, 최 당선자가 지방정치활동을 하면서 줄곧 충청권 기반의 지역정당에 몸 담아 왔으나, 새누리당과의 합당으로 사라져 새정치민주연합(전 민주당)에 입당하여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 최 당선자의 지방정치활동의 근간이 되어온 보수적 색채나 정당의 이념들이 개인의 성향과는 달라 스스로 어색한 정당의 옷을 입고 있었다.


최 당선자가 진보성격의 정당이라는 어색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소속 정당의 방향에 맞는 활동을 위해 당내 인사들과의 소통에 적극성을 보이며, 꾸준히 옷매무새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지방정부를 추구하는 데에서 최 당선자가 진보성격의 정당에서 활동이 가능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최 당선자가 예비후보로 활동하는 기간에 소속 정당 후보들끼리 보수와 진보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있었다. 최 당선자는 같은 당 소속 계룡시장 예비후보들끼리 공천경쟁을 위한 공론회에서 진보성향의 김갑선 예비후보에게 “진보의 성격을 규명해 줄 것과 진보적 활동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는 등의 적극적인 입장표명을 취해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또한 상대 후보의 공격에 따른 답변도 과거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리던 모습에서 개인의 소신을 더 많이 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당선자가 토론에 약한 점들을 공천준비 과정에서부터 극복하여 이미지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계기로 스스로 본선에서의 자신감을 갖게 됐다.


최 당선자와 공개토론을 했던 김갑선 예비후보는 본지 기자에게 “최홍묵 후보가 말을 잘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 잘 하던데요?”라며 과거 이미지에 의문을 갖을 정도로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최 당선자의 억눌한 말투나 특유의 어색한 용어의 선택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부족한 점을 메우고 나서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둘째는, 당선자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의지에 따른 선거캠프 운영이 또 하나의 변화된 모습으로 꼽을 수 있었다.  선거판에서 후보자의 선거사무실은  ‘관공서의 축소판’으로 비유된다. 그곳은 짧은 기간 안에 캠프구성원들이 가상의 관공서 업무를 하는 곳으로, 캠프 내에서 인사행정, 사업계획 추진, 예산의 집행 등이 공공기관과 흡사하게 이뤄진다. 실제 선거사무실은 후보자가 일정한 득표를 하면 운영경비 등을 선거비용으로 보전받기 때문에 선거기간 만큼은 공공기관이라도 볼 수 있다.


지난 선거(초대, 제2대, 제3대)는 당선자가 현직의 위치에서 주변 인사들이 선거업무 등을 진행하고 후보자는 얼굴마담 격의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현직이 아닌 상태에서 변화된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위들이 여러 곳에서 배어났다. 상대 후보의 정치적 액션에 대한 질타성 성명서나 네거티브 대처를 위한 강한 의사표시들은 과거에 맺고 끝는 맛이 없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셋째는, 캠프구성원들의 변화다. 오랜 기간 최 당선자의 측근에서 일을 돕던 인사들이 지난(제3대) 지방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뒤로 물러나면서 최 당선자가 직접 캠프구성원들을 지휘했다. 캠프 내에서 해결 할 수 없거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안들은 최 당선자가 직접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여 선거전략에 적용하는 응용력도 보였다.


최 당선자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선거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지지율은 어느 누구도 당선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일부 언론에서 이재운 후보에게 7%정도 뒤지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적이 있으나, 최 당선자 측은 이를 인정하고 선거에 임했다고 전한다. 지역의 정서상 새누리당 지지율이 높은 결과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재운 후보 많은 기록 남겨


이재운 후보 측은 선거기간 이전에 최 후보를 7%씩이나 앞서가는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승리를 장담한 듯한 선거전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 후보 측에서 선거 초기에 보낸 문자메시지 중 여론조사 내용을 근거로 “사표냐, 생표냐”라는 자만성 깊은 문자메시지는 상대 측을 자극하여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고, 오만한 자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박종일, 이재운 후보 이재운 후보는 최 후보와는 다르게 초기부터 후보자의 부족한 점 등을 극복하면서 전진하는 전략적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지역정가의 정서와는 다르게 중앙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액션만 취하다 실패한 사례다.


첫째는, 일명 곁다리 후보 영입으로 인한 야합적 이미지가 생성됐다. 무소속 박종일 계룡시장 예비후보가 이재운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출마를 하지 않고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게 되었다고 공동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사진)


박 후보는 이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지켜줄 후보라고 판단되어 지지하게 되었다고 밝혔으나, 박 후보의 구체적인 공약은 알려진 바 없는 상태였다. 결국, 후보자를 매수하거나 후보와의 뒷거래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의심을 받지 않아도 뭔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 사건이었다. 박 후보의 이 후보 지지선언을 보고 최홍묵 당선자는 정치적 도리 및 유권자 정서를 훼손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순발력 있게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를 되받아치거나 해명을 하지 않아 선거기간은 물론이거니와 선거가 끝난 지금도 옳지 않은 야합의 사건으로 정리가 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이재운 후보는 곁다리 후보 영입 시기부터 앞서가던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최 후보의 상승으로 모 일간지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의 박빙 결과가 공개됐다.


둘째는, 일부 지역인사들이 이재운 후보의 패인 중 하나를 “캠프요원을 잘못 구성했다”라는 분석이 있었는데, 캠프요원들의 문제는 위 곁다리 후보 영입 사례 이외에는 본지에서 이유를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셋째는, 이 후보가 시의원 임기 중에 발생한 음주운전 전과사실이 선거공보물이 발송되면서 유권자들에게 처음 알려지자 결정적인 패배의 핵이 되었다. 이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인 후보자로서 언론 등을 통해 취하던 액션들까지 신뢰감이 무너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여론조사에서 7%로 앞서다가 선거에서 4.3%로 뒤진 개표결과는 선거공학적으로 볼 때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최홍묵 후보는 박빙의 상태에서 가만히 앉아 핵을 피해 안전하게 당선의 의자에 안착했다. 이 후보의 전과사실이 알려져 이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후보들이 최 후보를 선택했다고는 볼 수 없다. 최 후보도 다른 전과사실이 있어 대부분 무소속으로 표가 이동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넷째는, 이 후보에게는 악재가 상당히 많이 등장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지나친 언론플레이, 같은 당 소속 일부 후보들의 이탈, 모 언론과의 밀착 및 모 언론에 대한 보도 비협조, 자선전을 통한 허위사실 기록보급 등도 패배의 원인에 포함될 수 있다. 


승자에게는 모든 행위가 승리의 발판으로 기록되고, 패자에게는 모든 행위가 패배의 원인으로 기록되는 것이 선거다./이재수


<계속> 다음 편_당선과 낙선 또 다른 이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