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의 동네 사람들은 승부욕이 강한거야?  아니면 할 일들이 없는거야?
무슨 대회가 이렇게 많고 무슨 협회가 이렇게 많은거야!"



최근 SBS 수목드라마 '시티홀'에서 '인주시'라는 작은 기초자치단체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 연속극이 관공서 주변에서 입담에 오르고 있다.

 

10급 공무원이었던 신미래라는 여주인공과 기초자치단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실제 사실이거나 사실일 수도 있을 법한 일처럼 흥미롭다.

관공서 정서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이미 연속극 진행과정에 상당 부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신빙성 높게 구성되었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코믹하게 연기를 하여 실제감이 덜하는 것 빼고는 볼 때마다 드라마 작가가 현직 공무원이 아닌가 할 정도로 관공서 안팎의 상황을 세밀하게 담았다.

지난 주에는 부시장(조국)이 시의회 의장을 만나러 낚시동호회 대회장을 찾아가면서 하는 말이 우리 동네 현실과 흡사하여 입이 쩍 벌어졌다. 

 

"이 놈의 동네 사람들은 승부욕이 강한거야? 아니면 할 일들이 없는거야? 무슨 대회가 이렇게 많고 무슨 협회가 이렇게 많은거야?"라며 불평을 놓는다.

이 말은 지방정치인과 기초자치단체 안에서의 행정중심이 민간단체의 중심에 있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현실에서도 똑같은 현상이다.

우리 동네도 무슨 대회나 협회가 엄청 많고 선출직 공직자나 공무원들의 업무 대다수가 이들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연속극을 잘 뜯어서 살펴보면 기초자치단체, 정치인과 언론과의 관계들도 슬금슬금 튀어나온다. 지난 주 신미래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신문사에 전화를 걸고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다음날 어느 신문에도 미래의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다. 이미 인주시 공보담당이 기자들을 작업(?)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눈치챌 수 있는 일이다.

 

또 미래가 유인물을 돌리면서 시장의 비리를 폭로했을 때도, 시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찾아가 가장 먼저 '언론부터 막아달라'고 사정을 한다.

연속극 각본에서 지극히 정상적이고 사실적인 관계 설정이다.

 

결국, 미래의 투쟁으로 인주시장은 구속되고 인주시는 시장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마다 후보자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여기에 부시장직을 사퇴한 조국은 주민들에게 신망이 높은 신미래에게 시장출마를 권유하는 장면이 이번 주에 방영됐다.

이 연속극에서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시청 간부 공무원들이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직, 간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장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