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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YUN JUNG

[시각문화비평] 김현정 작업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화면구성은 하나의 작품을 별개로 볼 수 없는 특징이다.  일관성 있는 패턴으로 규정할 수도 있겠지만, 선택된 조형언어들은 그리 중요한 논제로 거론되지는 않는다. 각각의 작품들을 떼어 놓고 볼 때 전혀 다른 분위들이 연출되고 있다. 불규칙한 호흡들을 모아 큰 숨으로 묶어놓았다.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평온한 구성의 드라마처럼 연출되고 있다. 드라마의 주된 주제를 중심으로 곁가지로 뻗어나가는 조연들이 각자의 삶을 논하며 감상자들에게 다가간다.

예술작품 생산자는 산고의 고통을 느낀다. 배란의 시기부터 결정에 이르기까지 감상자의 감정을 다양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고뇌의 시간을 갖고, 세상의 근심거리들을 녹여낼 수 있는 조형능력으로 감상자와 함께 은밀한 탈출과 이상을 시도한다. 
         
김현정이 2008년 개인전(모토갤러리, 서울)에서 보여준 작품에 대해 김상철(월간 미술세계 주간)은  “작가의 화면은 마치 허공 속에 부유하는 나비의 몸짓을 상징하듯 허와 실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단순한 형상재현의 객관적 상황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정한 관념을 전제로 한 상징적 실체임을 더욱 구체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작가가 서 있고 감상자들을 이상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계도적 행위를 말하는 듯하다. 화면에 등장하는 특정한 대상의 형상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격정적이거나 평온한 표현들은 이상을 향한 긴 여행의 봇짐들이다. 20090307_1.jpg

또 하나의 특징적인 것은 작업 이전의 생각들을 캐묻고 싶을 정도로 감상자를 유혹하고 있다. 하나의 아이를 낳기 전까지의 과정을 궁금해 하듯 아주 평범한 호기심을 유도하고 있다.

김현정의 작품들은 시각예술에서 경직된 생각들을 멀리하는데 성공한 작업이다. 탁월한 화면운영 능력으로 볼 때 작품과 많은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감상자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많은 작가들이 겉으로 들어나는 화면구성 능력에 집착한 나머지 작가의 호흡으로 생산되는 이미지 표출에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현정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화면운영의 방법을 터득하여 쉽게 호흡을 불어넣고 절정에 이르기까지 유희의 수단으로 쾌감을 맛보고 있는 듯하다. 산고의 고통을 큰 쾌감으로 뒤바꿀 있는 작가적 철학들이 부럽다.

김현정의 작가노트를 훔쳐 이곳에 소개한다./이재수(시각문화비평가)

한 가슴에 열정과 꿈으로 세상을 품는다.
활짝 날개를 당당하게 펴본다.
때로는, 화려함도 그저 내려놓는다
본연의 자아를 찾기 위해…

단지 높이도 멀리도 아닌
소박하지만 자유로운 날개 짓으로
소망의 나비가 되어본다.
빛을 향해 날아오른다.

-김현정의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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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상명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뉴욕, 홍콩,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한,중,일 우수작가초대전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고, 원광대학교 미술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이 자료는 계룡문화 2009 봄호에  실린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