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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작가의 회화작품("빛", 162.1X112.1cm,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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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계룡신문 사진기사

 

[그림이야기] 우연히 촬영한 사진이 잘 알고 있는 작가의 회화작품과 흡사하다(사진).
사진촬영시 밝고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심할 때 어느 한 쪽을 희생시켜야 하는데, 이 때 희생당한 쪽은 본래의 빛깔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사진에서 늙은 억세는 본래의 빛깔을 유지하고 있지만 뒤 배경이 되고 있는 풀빛들은 노출이 부족하여 본래의 빛깔이 아닌 검은 빛깔이다.

 

반대로 뒤 배경에 적정한 노출을 맞추면 뒤 배경은 본래의 빛깔을 낼 수 있지만, 밝은 부분은 형태가 날아갈 정도로 노출이 과다되어 본래의 빛깔과는 거리가 멀게 나온다.

 

역광이나 측광의 촬영시에는 피사체의 빛깔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밝은 부분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다.  밝은 부분은 노출이 과다가 되도 시각적으로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있지만, 어두운 곳에 노출이 부족하면 아예 형태나 빛깔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눈은 인간의 눈과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카메라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지각하는 능력이 없어 둘 다(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취하지 못하지 사람의 머리를 빌려야만 한다.

 

인간의 눈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둘 다 취할 수 있다. 인간의 '색순응'(인간의 눈은 밝은 곳이나 어두운 곳이나 본래의 빛깔로 순응) 현상에 의지하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모두 살릴 수 있다.

 

인간의 눈은 위 그림이나 사진에서 보는 시각현상처럼 밝고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심하게 보이지 않다. 그런데 왜 작가는 화면구성을 카메라의 눈을 응용하여 한 쪽의 명암을 희생시켰을까?


작품소재의 특성을 살리려는 고민 끝에 나온 특별한 배려로 보인다. 작가는 억세의 고유한 형태와 빛깔을 강조하기 위해 명암대비 효과를 극대화시켜 감상자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유도했다.

 

같은 소재와 비슷한 화면구성의 그림과 사진이지만, 그래도 사람의 눈으로 그린 그림이 훨씬 상상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