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우리의 교실은 숨이 막힌다. 질식의 공간이며, 질곡의 공간이다. 일제식민지 시대 교실이 그러했고, 유신 독재 교실이 그러했고, 지금 신자유주의 교실이 그러하다. <BR>교실의 아이들은 교육 주체가 아니라, 정권이나 이념의 도구, 아니면 부모들 출세욕의 대상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R>입시의 벽에 갇혀 자아를 상실한 채 문제집만 잘 푸는 기계 인간으로만 존재한다. 교실의 아이들은 꿈을 반납하고, 「공부하라. 학원가라. 점수 올려라.」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아이들을 들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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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대학 가는 것만 생각하도록 교실은 아이들을 끊임없이 세뇌시킨다. 점수 많이 따서 일류대학 가는 것이 부모에 대한 효도요, 모교의 명예를 높이는 일이다. 이것은 교육이라기보다 하나의 장사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의 목표는 일류대학가는 것도 아니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도 아니어야 한다. 공부란 잡다한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공부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를 철저하게 파고들어 거기서 참다운 ‘나’를 찾는 과정인 것이 진정한 목표다. 그러나 왜 공부하는지도 모르고 점수에만 매달린 살벌한 경쟁 구조 속에서 더불어 살 줄 모르는 반인간화 교육으로 내닫고 있는 게 슬픈 우리 교육의 현주소이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면서 곳곳에서 불평등, 양극화 현상이 우리 사회를 더욱 살벌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는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학교에서는 차별화 교육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우리의 교육인데도 교육부는 외과적 치료만 일삼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교육의 본질문제는 방기하고, 특목고니, 자립형 사립학교니 차별화와 양극화를 부추기는 교육 공약만 난발하고 있다. 한심스럽다.

 

보통교육은 고등교육에 예속돼서도 안 되고, 보통교육은 어디까지나 평등 정신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아이들의 실력을 올린다는 명분으로 귀족형 학교(특목고. 자립형 사립학교)만 늘이는 것은 교육을 더욱 황폐화시킬 뿐 결과는 학원이나 사교육만 늘어날 것임이 분명하다.  나라를 통치하겠다는 분들이 이렇게 교육에 대해 무지하니 우리 사회 앞날이 걱정될 뿐이다. 이제는 위에서부터 교육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앞으로는 보통교육 담당자가 직접 자주적인 노력으로 교육 정상화를 지켜나가는 길밖에 없다. 그 중에도 특히 교실이 먼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지금 교실은 입시 교육의 잠에 깊이 빠져 있다. 입시 교육은 교육의 본령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을 죽이는 바이러스이다. 아이들을 자꾸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고, 특수반으로 나누고, 학교를 등급화해서 또 차별화하면 교육 효과가 극대화될 줄 아는데 이것은 착각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온 핀란드 교장협의회장 피터 존슨 씨는 "무엇보다도 교육에서 경쟁을 강조할 때 생기는 부작용을 크게 우려한다. 경쟁이 효율을 높인다는 생각은 전세계에 퍼져 있다. 하지만 핀란드는 그 반대를 보여 주고 있다. 경쟁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깊은 사고를 키우는 데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피터 존슨 씨의 말을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더구나 입시만을 위한 경쟁은 교육의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겪어 오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대통령에서부터 장관, 교육감, 학교장, 교사, 학부모 모두가 그 살벌한 경쟁에 중독되어 아이들을 고문하는 이 땅의 교육을 어찌 교육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이제 교실이 스스로 깨어나는 길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볍씨를 심어 농사를 져도 저수지에서 폐수가 흘러들어 온다면 그 논농사는 망쳐버린다. 우리 교실이 그러한 형국이다. 우리의 교실은 잘못된 교육 정책이라는 폐수가 흘러 들어와 망쳐 놓았다.

 

이제 교실에서는 입시 교육 아닌 아이들 적성대로 교육하고, 아이들 희망대로 교육해야 한다. 이것이 교사의 사명이다. 교사가 교육 본래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 교육은 영원히 사교육 시장의 희생물이 될 것이다. 교실은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


 

*글쓴이 김귀식: 전 전교조위원장은 서울시교육위 의장을 역임한 후 지금은 교육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