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작품은 재미있다. 우연과 웃음, 참을 수 없게 가벼운 존재, 섹스, 그는 무거운 인생과 그럴싸하게 포장된 사람들에게 딴지를 잘 거는 작가이다. ‘히치하이킹 게임’에서 역시 그는 사랑하는 연인을 비틀어 놓는다. 게임은 일회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흥미진진하지만 중독이라는 딜레마를 갖는다.

 

그래서 게임에 빠지면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특히 사랑이라는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종료 버튼을 누르기란 더 어렵기 마련이다. 어느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이 바라고 상상하는 어떤 가상의 인물을 실제의 사람에게 덧씌우는 행위라고 한다. 이 소설 속에 두 ‘청년과 아가씨’ 역시 각자가 바라고 있는 여자와 남자의 모습이 있다. 청년은 늘 보아오던 부끄러움을 잘 타고 순수한 아가씨, 아가씨는 늘 배려해주는 따듯한 성품의 청년을 아니 그 모습을 상대방에게 입혀 주었었다. 그러나 그 옷은 여행을 통해 벗겨진다. 게다가 아가씨가 히치하이커로 새로운 옷을 바꿔 입은 순간 둘 사이는 서로가 기대하고 있는 ‘청년과 아가씨’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사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아가씨는 ‘자신의 육체에 대하여 자유스럽고, 홀가분하고 아무런 부담 없이 느낄 수 있기를 못내 동경’하는 여자이기도 했다. 따라서 ‘인간의 육체는 우연적이고 비개성적인 것이며, 단지 빌려 쓰는 기성복에 불과하다’고 자신에게 주입시켜 보기도 하는 내면의 불안을 안고 ‘자신이 진지하기만 할 뿐 전혀 가벼워질 수 없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히치하이킹이라는 게임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진지하기만 한 자신에게 딴지를 걸어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히치하이커라는 역할에 동전의 앞 뒤 처럼 양면적인 자아의 단면을 충실히 드러내 보이게 된다.

 

청년은 히치하이커라는 역할을 너무도 잘 하고 있는 아가씨를 의심한다. 지금까지 보아 온 아가씨의 모습이 가면이고 히치하이커로서의 그녀의 모습이 본래적인 자아가 아닐까 의심하고 그 의심이 증폭되면서 아가씨에 대한 평소의 배려 깊은 태도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자신이 사귀였던 여자들과는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게임속의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게임은 현실을 삭제하고 영혼과 육체의 완전한 합일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섹스조차 청년의 강압적인 성행위를 경험한 아가씨의 만족스러운 섹스에 자신도 놀라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나’와  ‘사랑’ 이라는 문제에 딴지를 건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가?  독자를 혼돈 속으로 밀어 넣으며 즐거워하는 밀란 쿤데라의 냉소적인 미소가 떠올려 지는 책이다.

 

/글 최영민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소설가
출생1929년 04월 01일
출생지체코
학력프라하예술대학 영화학
데뷔시집 '넓은 정원 같은 인간'(1949)
수상프랑스 메디치상 수상(1973)
 체코 작가출판사상 수상(1968)
 체코 작가연맹상 수상(1967)
경력렌느 대학 비교문학 강의(1975)
 프라하 예술대학 영화학과 교수(1958)
 체코 공산당 입당(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