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이어서>

 

계룡산 3, 4권계룡시의회 의장실에서 빌려온 대하소설 <계룡산> 1권에서 등장하는 섹스행위 묘사는 행위 대상자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횟수가 잦을 뿐 이불 속의 리얼한 묘사는 그리 많지 않다. 2권, 3권도 리얼한 묘사는 없지만 부적절한 관계를 떠나 인간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 교주(종교명을 '상상교'라고 변경함)는 8명의 여인들을 거느리고 밤마다 주색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8명의 여자는 본 처를 제외하면 모두 교도들이 자진해서 헌납한 어린 딸이나 조카들이다. 교도들이 여자를 헌납한 이유는 교주의 신뢰와 어떠한 지위를 얻고자 함이 배어 있고, 실제로 여자를 바친 교도에게는 영향력 있는 직책을 부여하기도 한다.

 

작가는 외설적 섹스종류를 총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교주의 여동생 '나선이'는 인근 동네에 분파하여 교당을 짓고 네 명의 남자들과 섹스행위를 즐기는데, 자신이 갈망하는 섹스를 대상자들에게는 종교의식으로 포장하고, 종교의식을 핑계로 때로는 집단섹스를 벌이는 대목도 등장한다.

이 책의 특징은 책을 읽으면서 섹스장면을 그냥 넘기고 가볍게 읽게 되면 신흥종교의 생성과정이나 역사적인 사실들을 이해하기에는 애로사항이 있다. 독자가 소설의 내용을 모두 파악하려면 책 속에 등장하는 섹스과정도 모두 읽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소설의 배경이 계룡의 한 동네라는 데에서 1920년대의 사회상을 짐작해 볼 수 있어 역사적인 지식습득이 가능한 점이 있다. 일제에 의해 철도가 가까운 대전을 통과하는데도 주민들은 도시문명과 멀어져 있다. 그렇다고 교주가 신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주민들을 홀리는 능력은 탁월하다.


교주가 움직이는 상상교는 전국적인 포교원을 두고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서게 되는데, 여기에는 일제와 뒷거래를 하기도 한다. 교주가 세를 과시하기 위해 벌이는 대형제사 등도 모두 계룡시가 중심이 된다.

 

계룡에서 태어난 어른들이 과거에 신도안면에서 종교인들이 크게 제사를 지내는 등의 일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덤] 계룡에 신문이 최초로 배달된 시기

 

계룡에 신문이 처음 배달된 시기도 이 때로 기록하고 있다. <계룡산> 3권 197쪽에는 교주의 측근인 '이한학'이 해명리(경상북도 안동)를 다녀오는 길에 몇 장의 신문을 들고 와서 교주에게 전달하게 된다. 신문에는 경북 안동 해명리에 있는 상상교의 포교원에서 일본 경찰이 교도들을 총살한 데 대한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소설 속 내용을 옮겨 보면 이렇다.


거기에는 특파원들이 이번 산건을 보도한 기사가 실린 신문이었다.

교주는 이 신문들을 자세히 훑어보고 일편 반갑고 일편 놀라웠다.
"신문이라? 이건 어디서 누가 만드는 것인가?"

"예, 서울에서 매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뭐라더라? 신문? 그것은 어디에서 살 수 있는 것이오?"
"예, 대처이면 어디서나 손쉽게 살 수 있습니다. 공주나 대전같은...."
"허, 그랴? 매일 서울에서 박아내는 것을 어디서나 살 수 있다구?"

"예."
이것이 학선리에 신문이 들어오기 시작한 시초가 되었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일제시대에 신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계룡을 중심으로 수없이 많은 교도들을 거느리는 교주였으니, 이를 따르고 믿고 있던 주민들의 의식수준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소설 속에서 일제는 상상교의 교주를 무지한 백성들을 현혹하여 재산을 바치게 하는 등의 사기꾼이라고 판단하지만, 일제가 이를 지배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교주에게 정식종교로 관청에 등록할 것을 권유하여 상상교는 제도권에 등록된 정식종교로 활동하게 된다.<계속>/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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