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이달 초 필자가 운영하는 미술토론 사이트에서 회원들이 올려 놓은 미술서적 독후감을 베껴서 학교 숙제를 자주해 가는 초등학생 회원  초연이의 글이 보였다.

 

내용은 “광복절이 왜 빨간 글씨냐”는 물음이다. 학교에서 낸 숙제를 하기 위한 정보 취득 목적의 글이었다. 카페의 어른들이 초연이의 질문에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지만, 오늘 광복절을 맞이하는 날까지 초연이의 질문에 많은 생각이 뒤따랐다.

 

초연이를 만났을 때는 4년 전 서울 인사동의 어느 화랑에서 엄마 손을 잡고 나타난 초등학교 1년생이었다. 초연이가 그림을 좋아한다는 엄마의 귀뜸을 받아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주고 생각을 함께하는 네티즌 사이로 발전했다.

 

초연이가 홈페이지에 놀러온 날부터 초연이의 친구들이 득실거리고 자유게시판에서 자신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는 등, 홈페이지는 초연이 친구들에게 썩 괜찮은 놀이터가 되었다.

 

초연이나 친구들이 담임선생님에게 혼났던 날은 어김없이 어른들만 있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와서 화풀이를 늘어놓고 한다. 때로는 게시판에서 친구들끼리 싸움이 벌어져 관리자가 난감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 새로운 친구가 나타나면 이 녀석들은 게시판 텃세(?)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홈페이지 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한 회원들에게 초연이는 ‘게시판 대장’이나 다름없다. 자유게시판에서 초연이의 글 한 줄이 곧 게시판 운영규칙이 된다. 어쨌거나 미술토론 자유게시판은 각기 다른 통로로 들어와서 모르는 네티즌들끼리도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다.

 

홈페이지 한 쪽 구석에는 미술정보를 교환하는 미대생들이나 작가들이 들락거리는 게시판이 하나 있다.  초연이 친구들은 대학생 오빠 언니들에게도 텃세를 부린다. 자유게시판에서 같은 동네 사는 언니오빠들을 만나면 ‘아이스크림 번개’를 하기도 하고, 인라인스케이트 모임을 갖기도 한다. 가끔 학교에서 낸 미술숙제를 대학생 언니오빠들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있고, 비오는 날 우산을 안가지고 왔다며 자기 집에 가서 우산 좀 갖다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아이들의 생각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사이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을 확보하는 재미는 솔솔하다. 그런데, 게시판에서 언제나 존경스럽게(?) 보이던 초연이의 ‘광복절’ 관련 질문에 나는 과연 그들에게 어떠한 정서를 심어주고 있었는지 되집어 볼 수밖에 없었다.

 

자주독립을 기념하는 기념일의 의미 이외에 자세한 설명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아마 나부터도 쉬는 날이니 가까운 친구들과 계곡으로 향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차였다.

 

초연이의 질문에 다른 회원들이 장황하게 광복절의 의미를 설명을 하여 초연이에게 폭넓은 역사지식들이 전달되기는 하였지만...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