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작품소재에 응용하려고 올 초부터 짚과 시름했다. 결과물은 엉성하기 짝이 없고 어릴 적에 보았던 모양과는 전혀 다르게 엮어지기 일쑤였다. 사무실 한 쪽 귀퉁이에 쌓아둔 짚단에서 날리는 탑세기만 나를 괴롭힐 뿐 제대로 된 짚신은 엮어지지 않았다.

짚신을 신어보지도 않았던 현대인(?)의 서툰 솜씨로는 모양이 나올 리가 없었다. 독학으로 짚신을 만들기에는 너무 어려운 학문(?)인 셈이다. 이렇게 어려운 공예를 옛 사람들은 불과 20분이면 견고한 짚신 한 켤레를 만들었다고 한다. 중간에 포기할까도 했었지만, 오기가 발동했다. 짚신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그대로 따라해 보기도 하고, 명절 때 고향의 어르신들에게도 물어보았다.

어린이들의 공작체험 프로그램 등에서 나이론 끈으로 짚신 엮는 방법이 많이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짚으로 만드는 방법과 차이가 있었다. 나이론 끈은 한 줄로 계속 엮어내지만, 짚은 한 가닥씩 꼬아서 엮어야 하는 관계로 기법이 조금 달랐다.

때로는 자신만의 고유한 기법을 적용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 때는 보통 고민되는 일이 아니다. 재료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실패의 연속이었다. 짚신 엮을 때는 상당한 집중력과 인내심도 필요했다. 중간에 쉬었다 짚신을 엮어도 모양새가 틀어지거나 틈이 많이 벌어졌다.

마지막으로 한 켤레 멋지게 만들어보겠다고 또 덤볐다. 짚이 오래되어 푸석푸석했지만, 쓸 만하게 간추려 가닥을 잡았다. 완성은 했는데 양이 차지 않았다. 촘촘하게 엮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엉성했다. 처음 시도했을 때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신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지는 못했다.

추석 휴가 때 구한 짚신 한 켤레를 모델로 짚신을 만들었는데, 최근에 어느 읍내 장에서 구한 짚신은 엮는 방법이 조금 달랐다. 그 짚신에는 짚을 말아 돌릴 때 살짝살짝 꺾어놓은 부분이 짚신의 고른 형태를 구성하고 있었다.

짚신 엮는 방법이 지역이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한 가지 방법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다른 방법까지 욕심을 내게되다니.../이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