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마지막 편)

나의 염소
주인장이 어디로 나를 데리고 가기 위해 네모난 자동차 안으로 내몸을 밀어 넣었다. 주인이 나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얌전하게 승차했다.

푸르른 들판 펼쳐지고 꽃피고 새 울 적에 한번 타 본 자동차였다. 처음 자동차를 탔을 때는 어지럽고 무서워서 소리를 많이 질렀지만, 경험이 있어서 무섭지 않았다.

주인장이 네모난 자동차 안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주인장과 세 계절을 지냈지만 아직도 나는 인간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해 답답할 때가 많다.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매일 끼니마다 먹거리를 챙겨주는 주인장에게 감사의 표시라도 할텐데 말이다.

주인장은 네모난 자동차 안에서 내가 알아 듣지도 못하는 인간의 말로 중얼거렸다. 나와 단 둘이 자동차 안에 있는 것을 보면 나보고 하는 말이 틀림 없었다.

"야. 염소야, 동네에서 나를 징역보내려고 내 몸(?)을 호시탐탐 노리는 떨거지들이 많아서 언제 내가 죄도 없이 징역갈 지 모르는 몸이란다. 내가 징역가면 너를 돌볼 사람이 없잖아. 너 여름에 언젠가 하루종일 굶은 적 있지? 그때도 어떤 떨거지가 나를 징역보내려고 수작을 부려서 거기가서 하루종일 조사받느라고 너한테 밥도 못줬잖아! 나도 내 인생 장담 못 한단다. 그럼 너는 언제 어느 때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굶어 죽는 것 보다, 조금 일찍 인간의 몸 보신용으로 봉사해라. 그래야 염소의 임무를 다 하는 거란다"

주인장의 말 끝마다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는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기운은 느낄 수 있다. 분명한 살기였다. 갑자기 소름이 끼치고 입 안에서 거품이 이는 증세를 느꼈다. 처음 느끼는 신체이상 증세였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주인장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나의 정신과 몸을 압도했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배고플 때처럼 다리에 힘도 빠져 흐느적거리는 몸을 지탱했다. 도대체 주인장은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일까? 계속해서 주인장은 살기를 뿜어대며 중얼거렸다.

"염소야,  사실은 말이다.  내가 너를 팔아서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 할 때 계룡시 주민생활지원과 김창성 과장한테 큰 소리 빵! 치면서 성금으로 몸땅 내려고 했었거든. 근데 말이다. 내 요 며칠 느자구 없는 것들 때문에  사회봉사고 지랄이고 간에 관심이 없어졌어. 나도 이젠 내 몸 하나 위해서 살란다. 그래서 너를 중탕하려고 한다. 나 혼자 먹을거다! 흠"

주인장의 살기는 더욱 거센 기운으로 다가왔다. 

염소중탕 대기중나를 태운 자동차가 멀지 않은 곳에서  정차했다. 주인장은  나를 거칠게 다뤘다. 차안에서 내려오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우리 안으로 밀어 넣었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힘이  딸렸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내 몸을 힘끔꺼리며 쳐다보고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이곳은 또 어디일까? 불안한 시간이 지속됐다./

-끝-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올렸던 염소이야기는 10개월동안 염소를 기르면서 '염소의 입장이 되어' 느꼈던 일들을 기록한 150여편의 글에서 부분 발췌, 각색하여 '기사거리가 없을 때' 이곳에 올린 글입니다. 특히 주인장이 발언하는 내용은 모두 각색이 되어 있고, 실제로는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곧 각색하지 않은 염소이야기가 한 출판사의 제안으로 장편소설로 발간될 계획입니다. 새로운 방법으로 염소이야기를 전달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염소이야기 소재를 제공해 주신 주변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유보선 계룡시농업경영인연합회장님의 '염소생리' 등에 대한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호크동물병원장님의 동물의 심리에 관한 조언들도 글을 쓰는데 교과서 같은 자료였습니다. 또 제가 염소 풀을 뜯고 있을 때 동네 어르신들이 전달해 주신 염소의 경험(?) 등은 더욱 알찬 자료들이었습니다.

'염소의 가는 길이 우리의 철학이다'라고 하셨던 김정호 시의원님, '염소에게 세상을 배워라'라고 조언하신 김범규 시의원님, '염소가 세상을 말할 것'이라고 격려해 주신 이재운 시의원님, '이 양반 농사 알기를 우습게 아네?'라고 걱정해 주신 이규항 시의원님, '니가 염소라도 키워봐야 농사가 어려운 지 알지'라고 핀잔 주셨던 최홍묵 계룡시장님, '니가 염소 키워서 먹고 살수 있다고 생각하냐?'라고 윽박 지르셨던 이덕재 의용소방대장님, '염소 중탕해서 혼자 먹으면 정 끊자!'라고 압력넣으셨던 김성중, 조치연 충남도의원님,
 
'아~~ 우리 선수들 염소 중탕 먹으면 도민체전 우승하겠는데~~'라고 염소를 한 없이 탐내셨던 이한영 계룡시체육회 사무국장님, 김한중 축구연합회장님, '염소 잡으면 우리 것은 없나요'라고 보채셨던 수채화, 도예교실 수강생님들, '요즘 계룡신문에 염소이야기가 안 올라오니까 기분이 꿀꿀해!'라고 염소를 응원했던 이용권 장애인협회장님 등등 10개월 동안 만났던 모든 분들이 모두 등장인물로 활용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한 가지, 염소이야기는 염소를 키우는 동안(또는 염소이야기를 쓰는 기간동안) 10개월은 모 단체와 단체대표 개인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대량(?)으로 고소를 하여 10개월 내내 경찰, 검찰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던 심리적 상태에서  나온 글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검찰청에 너무 일찍 도착하여 주차장이나 복도에서 쓴 글도 있기 때문에  검찰에  고소했던 단체와 단체대표, 고소 건 일부의 지대한 역할을 한 Z 시의원에게도 등장인물로 활용되어 이 부분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