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계룡시의회(2006.07.26)에서 재난관리과(김현철 과장) 소관업무 중 민방위 훈련과 관련하여 육군장교로 전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모 의원이 담당과장에게 "남북관계가 완화된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정일의 생각이 바뀌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정일 저 사람 언제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발언을 하여 시청 내에서 모니터로 회의장면을 시청하던 시민 한 사람은 여기가 통일부장관이나 국정원장 내정자 청문회인가 할 정도로 의아해 했다고 전한다.

글쓴이도 같은 시간에 시의회 회의실에서 방청을 하고 있었지만, 기초의회에서 남북긴장관계에 관한 논의는 상당히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신선한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군생활 경험이 있는 모 의원은 북한을 적대적 관계나 참여정부에 대한 불신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 사회주의 국가 정치이념은 무엇인지, 어떤 체제로 운영되는지, 또 체제의 운영수단들은 무엇이 있는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사상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등, 개념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는 느낌을 이후 2007년 계룡축제 당시 발표했던 예술작품을 폄훼하는 데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 기초의원이 앞서 자신이 언급한 국가 체제를 염려하는 발언과는 다르게 예술이념에 있어서만큼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독선적 신념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되어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은 한 사람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나 비판이 아닌, 독자들에게 일반적인 예술상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지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 분명히 밝혀두고, 북한 또는 사회주의 체제와 예술이념을 연관시킨 개인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예술활동 부정하는 북한식 리얼리즘 발상
예술이념, 현 수준의 기초의원, 기초단체에서 논의될 성질 아니다


예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서양의 경우 예술은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었다. 미술가들은 성당의 벽에 그림을 그려 신의 위대함을 알렸다. 음악가들은 신을 찬양하는 노래(찬송가)를 불러 전도효과를 발휘했다. 동양은 왕을 위한 시각, 청각적 즐거움을 주던 유희의 수단 중 하나였다. 화가는 왕의 행적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인물을 역사에 남기기 위한 초상화를 그렸다. 음악가들은 왕을 위한 연회(음악회)를 했다. 많은 국가와 민족이 종교와 왕을 동일시했던 역사적 근거를 놓고 볼 때, 결국 예술은 동서양을 막론하여 절대자를 위해 존재했다.

왕(또는 종교)이 싫어하는 노래를 하거나 왕이 싫어하는 소재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저 천민(종교에서는 사탄) 취급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예술가가 권력에 저항하면 예술가가 되지 못했던 슬픈 역사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이러한 예술의 슬픈 역사를 그대로 답습하여 체제유지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를 위한 예술작품(그림,조각, 건축, 음악, 연극 등)들이 그 산물이고, 기쁨조가 그러한 유형이다. 예술작품으로 우상화를 하려면 반드시 사실적인 묘사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예술작품만이 감상자들에게 실제 존재하는 현실인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예술활동은 추상성 있는 작품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최근 북한 관련 학술자료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공부해 온 바에 의하면 리얼리즘(realism,보통 사실주의라고 부른다)의 최절정을 자랑하는 국가들이 사회주의 국가들이고 북한은 더  심한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사회주의 국가는 예술가 개인 정서나 사상을 담은 추상예술이나 감상자의 생각들을 자유롭게 보장하는 예술작품들은 부르조와의 산물로 취급한다.

오로지 보이는 사물 그대로 묘사해 내는 기능이 예술이고 절대자를 위한 과장된 예술행위라면 더 큰 점수를 준다. 그 이상의 철학들은 허용하지 않는 개념이다. 과거 남북의 이념갈등이 심할 때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이 월북하여 활동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예술의 범위 안에서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일정부분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리얼리즘도 예술의 범위라는 점에서 광의적 의미만을 부여할 뿐이다(리얼리즘은 서양미술용어이나 여기서는 사회주의 국가의 예술양식을 말함).

사회주의 국가가 리얼리즘만을 추구하는 이유는 체제유지의 수단이다. 대중들에게 예술가들의 철학들이 추앙을 받게 되면 단순한 우상화 논리로 체제를 유지하는 정치지형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위험성이 항상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체제나 권력을 잡으면 반드시 예술가들을 이용하여 체제를 유지하는데 보조수단으로 삼거나 이에 반하는 예술가들을 숙청하는 것이 예술계에 알려진 일반적인 진실이다.

감상자가 특정한 예술작품(사진)에 대해 “저게 뭐야?” (모  시의원이 주민들이 그랬다고 주장)라는 물음을 던졌다면 그 속에 작가의 숨은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사회주의 체제에서 이러한 예술행위나 감상자의 작품평은 용납될 수도 없다고 알고 있다. 좋은 의미만이 그 속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저게 뭐야?”라는 감상자의 몫(즉, 감상자의 자유로운 판단을 제공함)을 던져준 행위는 예술가와 감상자를 동일시하고 존중하는 지극히 민주적인 소통의 방식이다.

계룡시의회 모 의원이 지난 2007년 계룡축제 당시 발표되었던 계룡문화공동체 주관의 깃발전시회를 폄훼한 사실과 관련(2008 계룡축제 이벤트업체 심사장)하여 폄훼의 의도가 사회주의 체제 예술이념 중 하나인, ‘감상자의 생각을 하나로’라는 식의 북한식 리얼리즘를 강조했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크다. 예술이란 하나의 생각만을 강조하는 기능이 아니고 예술가의 생각과 다양한 정서에서 나온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의 교육기관인 초등학교에서도 선생이 가르치는 예술상식이다.

글쓴이는 계룡시의회 모 의원의 예술작품 폄훼 사건은 대중과의 소통을 전제로 자유로운 생각을 던져주기 위한 지극히 민주적인 예술활동을 뒤바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나 가능한 '당신을 위한' 또는 '모두가 알 수 있게' 예술형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받아 드렸다. 그렇다면 이 땅에 대중들의 미적가치 기준정립을 위한 다양한 예술장르는 필요 없고 한 가지 양식인 '나를 따르라'식 리얼리즘과 '과 북한식 사회주의 이념만이 설칠 뿐이다.

모 의원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잘 알고 있는 군장교 출신이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예술이념들을 파괴하거나 억압하여 북한 김정일 체제와 북한식 예술이념을 전파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도 있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모 의원의 발언들이 근거가 되어 자유민주주의 예술이념들이 행해지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니라면 모 의원은 자신의 반공의식 논리와는 상반된 생각들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고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예술가들에게 공개사과해야 한다. 

정치는 짧은 시간에 어떠한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예술은 길다. 예술가가 되기 위한 세월도 길고 작품을 창작하고 활동하는 세월도 길다. 글쓴이가 예술이념을 해치는 자들이나 짝퉁예술가들을 향해 길게(또는 평생) 투쟁하는 이유가 예술의 깊이를 모르는 자들로 인해 진정성이 왜곡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고, 인류역사와 함께 한 예술이념들은 짧은 정치 및 행정경험이 전부인 현 수준의 계룡시의회나 계룡시에서 논의될 성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한다./이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