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연재 마감 후, 요약된 분량(1/3)으로 조형예술연구소에서 발행(격월간)하는「계룡예술」 제7호(3월 발행)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주.

문화예술 기관명칭 ‘브랜드 가치’ 최우선  고려해야신축 중인 '계룡복합문화회관'

엄사면 유동리 일대에 ‘계룡복합문화회관’이 지난해 첫 삽을 뜨고 공사에 들어갔다(BTL). 계룡시와 계룡시장은 각종 언론의 연말 및 신년 인터뷰 등을 통해 복합문화회관의 준공으로 시민들의 문화예술 복지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등의 업적을 내보였다.

기관명칭만 들어보면 마치 미국의 게티센터와 같은 대규모 문화예술센터가 들어서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민편의 시설을 위한 건물을 짓는 것에 불과하고,  기관명칭(계룡복합문화회관)을 지나치게 구시대적 행정용어로 치장하여 업적이 부풀려질 소지가 있다.

복합문화회관의 기능을 보면, 문화관광상품으로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기능이 없다. 그저 사용자 편의에 의한 대관위주의 시설운영이 전부일 가능성이 많다. 소프트웨어 없이 우선 건물만 올려놓고 시작하겠다는 발상이다. 흔한 회관 하나 신축하면서 모든 문화예술 복지가 완전하게 해결될 것처럼 기대하지만, 이미 첫 단추부터 미래지향적인 문화마인드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구시대적 행정용어 문화관광 브랜드 가치 없어

과거 70년대 이전에 마을 입구나 중심에 자리하던 ‘마을회관’이 있었다. 현재 마을마다 운영되고 있는 마을회관의 기능과는 시대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그곳은 주민들이 유일하게 문화적 혜택을 받거나 정보를 교환하던 곳이었다. 문명의 혜택도 그곳에서 가장 먼저 느꼈다. 마을회관에 가장 먼저 전기나 전화가 들어왔다. 마을사람들이 회의를 하거나 잔치를 할 수 있는 곳도 마을회관이 유일한 장소였다.

70년대 산업화 시대와 정치적 격동기를 거치면서 문화변동도 함께 했다. 군단위 시골까지 대형 군민회관이 들어섰고, 도심에는 시민회관이 들어섰다.
그러나 시민(또는 군민)회관은 문화복지를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정치인들이 주민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연설을 하거나 반공의식화 교육을 위해 웅변대회 같은 것을 하고 싶은 강당이 필요했다. 시민회관이라는 곳은 1년에 몇 번 정치인들의 연설에 필요한 강당운영이 전부였고 그곳에서 주민들의 문화활동이 존재할 여건은 충분하지 않았다.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민회관은 문화예술 활동을 옵션으로 끼워 ‘문화예술회관’이라는 명칭으로 변천되었다. 그 전까지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보면, 미술전시회는 아가씨가 커피를 배달하는 다방의 벽면을 이용하거나 돈이 있는 사람들은 대도시의 사설화랑을 이용했고, 음악회는 교회나 대학교 강당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문화예술인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찾아간 곳이 정치인들이 연설이나 하던 시민회관의 앞마당, 벽, 강당을 활용하면서 전국적으로 모든 시민회관을 문화예술회관으로 변모시키는 일익을 담당했다.

90년대 이후에는 문화예술의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며 ‘예술의 전당'과 같은 전문성 있는 기관명칭들이 탄생했고, 이후 지역에서는 지역특징을 살린 문화예술 기관명칭들이 등장하여 전국적으로 특색 있고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생성되었다.
즉, 시대적 문화변동에 따라 70년대 전후에는 ‘마을회관’, 80년대는 '군민(시민)회관', 90년대는 ‘예술의 전당’, 현재는 ‘(지역특징을 내세운 기관)’ 등의 문화예술 기관명칭 변천사가 있었던 것이다.


큰 마을회관  "될대로 되라~!" 정서 만연

그렇다면 '계룡복합문화회관'이라는 명칭은 어느 시대에 해당될까? 어감상, 정치인이 연설을 하거나  반공의식화 교육을 위해 웅변대회를 하고 싶었던 70년대 후반에서 80년 중반까지에 해당되는 '딱! 그 수준',  '그야말로 촌스러운 기관명칭'이다.

글쓴이는 최근에 신설되는 문화예술 기관명칭은 그 지역의 문화예술을 압축한 ‘관광상품’의 제목과도 같아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선진국의 문화공간들이 지역출신 유명인사 이름을 빌려 관광상품화 하는 경우도 많고, 지역적 특징을 살린 기관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대형회관은 작은 기념관보다도 문화관광 상품으로서는 가치가 없다. 결국 계룡복합문화회관은 기관명칭으로만 본다면, 문화공간이라기 보다는 큰 마을회관이라는 어감상 느낌이 강하다. 시대적 문화변동에 적절한 센스를 보이지 못하고 구시대적 행정용어에 집착하고 거창해(?) 보이는 문구를 선택하여 업적들을 부풀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이는 비단 사업을 추진하는 계룡시에 전적인 문제가 있지는 않다. 문화변동을 가장 빠르게 느끼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최소한의 조언이라도 있었다면 변화될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문화예술 단체들이 일부를 제외하면 전문성이 의심가는 단체가 많고 짝퉁 예술인들이 복합문화회관에 자신들의 사무실이나 확보해 달라고 하는 '딱! 그 수준'이니, 모든 시정업무에 대해 '될대로 되라, 벽창호들 맘대로 해라'식의 정서가 만연한 것은 당연하다./이재수


[계속]

다음편- 문화예술, 하드웨어도 구버전인데, 소프트웨어가 호환될 것이라고 믿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