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나무1: 어김없이 알몸으로 겨울을 낳다. 어서 새순을 돋아야겠는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이 심상치 않다. 땅이 크게 갈라지고 바닷물이 높이 솟구치는 일도 있다는데, 수백년 살았어도 이런 일은 별로 보지 못했다.

 

정자나무2: 꾹꾹 참으면서 세월을 지켰는데 요즘은 인간들이 많이 변했다. 나는 그냥 가만히 놔두면 명대로 살아갈 것인데, 왜 자꾸 보호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못생기고 쓸모가 없어서 사람들이 베  어가지 않아 지금까지 살고 있지만, 주변에 예쁜 처녀나무들이나 건장한 총각나무들을 마구 베어가더니 이제 와서 보호한다니...


정자나무3: 인간들이 내 밑에서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 똑같구나. 어떤 무당은 내 기운을 팔아서 먹고 살았지. 내가 신통한 나무라나 뭐라나, 내 앞에서 소원을 빌면 내가 들어준다나? 웃기고 자빠졌네. 나는 그냥 못생긴 나무이고 동료들보다 조금 오래 살았을 뿐이야.


정자나무4: 젊은이들이 밤에 내 밑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일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수없이 많은 청춘들이 내가 보는 앞에서 속사귀면서 서로의 몸을 더듬고 하는 동물적인 행위들을 나는 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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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목정(계룡시 신도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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