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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카메라 렌즈를 거쳐갔다. 연출사진은 흥미가 없어 현장사진을 즐겨 찍는 편이다. 누가 찍어준 사진 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생산해야 마음이 놓인다. 눈 앞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운전자가 숨져 있는 장면이나, 화재가 발생하여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빠져 나온 여인, 숲 속에서 남녀가 부둥켜 앉고 있는 애정행각까지 렌즈를 거쳐간 인물들이 많다.


사진을 찍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인물사진은 기록해야 할 이유가 있는 장면이 아니라면 찍지 않는다. 스스로 사진찍히는 것을 즐기지도 않는 성격이라서 이유 없는 사진은 안 찍고, 생각 없이 찍는 사진은 나중에 쓸모도 없는 경험이 많았다. 

 
자신이 사진에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생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주로 낯이 두껍거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성격의 친구들이 사진찍히기를 좋아했다.


정치인들도 사진찍히는 것을 좋아한다. 특성상 평상시 인지도나 활동을 알려야 하는 이유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인 듯하다. 모든 정치인이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정치인들도 더러 있다.

 

사진들을 정리하다 몇 가지 흥미로운 조형언어(?)들을 발견했다. 우리동네 지방정치인들의 사진에 대한 특징이 재미 있어 평소 느꼈던 점들을 정리했다.(무순)

 

계룡시의회 이재운 의원은 사진찍을 때 폼은 중,고생들이 수확여행 갔을 때 폭포 앞에 서 있는 폼과 똑같은 자세를 취한다. 열 장 찍으면 아홉 장이 그렇다. 어떤 때는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하는데, 귀여운 모습도 있다. 사진상에 카리스마 있는 남자답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형이다. 찍는 사람도 제임스딘과 같은 표정을 얻어내려고 무진 애를 써보지만 언제나 폭포 앞 기념사진 폼이다.


김정호 의원은 카메라 렌즈에서 시선을 살짝 돌려 정면을 피한 사진이 많다. 즉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심리적 요인으로 보이고 , 촬영자가 알아서 자연스럽게 찍어주기를 기대하는 형이다. 어떤 때는 몰래 사진을 찍으면 뭔가 들킨 사람처럼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대충 나오는 사진은 불편하게 생각한다. 촬영자에게 불만은 표시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부글부글한다.  

 

김대영 부의장은 전형적인 증명사진 폼이 많다. 숙련된 모델이라도 렌즈 앞에서는 표정이 부자연스럽게 마련인데, 그것은 사진이 내 인물보다 더 잘 나왔으면 하는 기대심리가 커 면근육이 굳어지는 현상에서 나온다. 김 부의장은 평상시와 다르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표정이 굳어지는 경우가 잦다. 촬영자가 셔터 누르는 순간을 들키지 않거나, 촬영자가 말을 걸어 화재를 다른 쪽으로 유도해야 자연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김미경 의원은  촬영자가  원하는 표정의 사진을 얻었는데도 본인은 만족하지 못하는 형이다. 여러 번 셔터를 눌러야 촬영자가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 한 두번의 셔터로 원하는 사진을 얻는 경우가 있는데 촬영자의 입장에서는 김 의원이 후자다. 카메라를 의식하기는 하지만 사진 결과를 보면 의외로 여유있는 표정이다.


김혜정 의원은 촬영자가 단 한 장의 사진 밖에 찍을 수 없는 시간이라면 거리를 두고 찍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카메라를 너무 가까이 가져가면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촬영자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뒤로 멀리 떨어져 찍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셔터 소리가 한번 난 뒤에는 바짝 다가가도 렌즈를 무서워하지 않고 금새 적응한다.


류보선 의장은 류 의장이 판단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언론관을 존중하여 거론하지 않도록 한다.

 

김학영 의원은  누군가 하고 대화를 한다거나 연설할 때 가장 자연스럽다. 정색하고 있는 표정이나 증명사진처럼 억지로 표정을 만들면 현장감이 덜하여 시선을 끌지 못하는 형이다. 김 의원은 사진 한 장 보도를 위해 수없이 많은 셔터를 눌러야 기사에 맞는 사진을 건질 수 있을 정도로 촬영자가 더 긴장을 해야 하는 모델이다.

 

충남도의회 조치연 의원은 사진만 찍으면 표정이 심각해 진다. 식사할 때도 심각하고 대화할 때도 심각하고 연설할 때도 심각하다. 늘 같은 표정으로 일관하는 모델은 촬영자가 가장 반기는 모델이다. 사진을 사용할 때 아무 것이나 갖다 써도 무리가 없고, 촬영자의 입장에서는 편한 모델 중 한 명이다.


이기원 계룡시장은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하면 표정이 시시각각 변화하여 기사내용에 맞는 사진을 골라야 하는 어려움이 가장 큰 모델이다.  사진상으로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자료가 풍성한 점은 좋은데, 각기 다른 표정들이 많이 잡혀 해당 기사에 맞는 사진을 선택하는데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모든 인물들의 표정은 시민들에게 미적가치 기준을 정립시킬 수 있는 조형언어로서 가치가 있음을 확신한다. /숲

 

 

 

*이 자료는 글쓴이의 주관적 판단으로 사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