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
 
독자님들 안녕하십니까?
i계룡신문 발행인입니다.


고향집에서 이른 저녁 군불을 지피려 땔감을 찾았습니다. 마당 한 쪽에 아버지께서 잘 묶어 놓은 삭정이 수십 다발이 보였습니다. 삭정이는 모조리 사랑방 아궁이에 피울 땔감입니다. 겨울 들어서기 이전에 선산에서 해 온 나무들로 보였습니다.

삭정이는 마른 소나무 가지로 많은 땔감 가운데 으뜸으로 칩니다. 불도 잘 붙고 불기운도 세어 여느 땔감하고 견줄 수 없을 만큼 알찹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가면 삭정이는 큰 나무에 붙어 있었습니다.

낫으로 삭정이를 자르지만 어른 키가 미치지 못하는 큰 나무는 긴 대나무 끝에 낫을 묶어 나무 가지에 걸고 당겨 잘라냈습니다. 소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푸른 빛 띠고 있어 삭정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빛 바랜 솔잎이 붙어있고 다른 가지보다 빛깔이 거무스름하고 살아있는 나뭇가지보다 쉽게 부러집니다.

삭정이는 목재로서 나무의 가치가 끝난 볼품없는 존재이지만, 반드시 쓰여지는 곳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먹고 자기 위해 집을 짓는 목재로서 건실한 나무가 있다면, 그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삭정이입니다.

삭정이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나무로 집을 지어도 겨울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창고에 불과할 뿐입니다.

모두가 이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삭정이처름 꼭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가 주변에 있는지 반드시 살펴보며 지내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아침

i계룡신문 발행인 이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