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책나는 왜 표절작들을 소장하는가 (1)

대한민국에 몇 권 없는 희귀본

 

[책이야기] 00출판사에서 2002년 박00 박사가 지은 '한국민속과 전통예술'이라는 책이 출판된 적이 있습니다. 저자와 출판사와의 계약에 의해 정상적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저자가 모 대학에 출강하고 있어서 대학교재로 활용예정이었던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사진).

 

그러나, 책이 나오자마자 본문 내용 대부분 다른 책에서 베꼈다는 사실들을 원저자가 문제를 삼았습니다. 박 박사는 표절사실을 인정하고 출판사에서는 판매를 중지하고 전량 회수하여 폐기하였습니다. 이 책은 지적재산으로서는 가치가 없는 책입니다.

 

전량 폐기된 표절본을 손에 쥐게 된 동기는 책을 발행한 출판사에 다른 일 때문에 자주 들렸는데, 당시 출판사 사장이 "지금 전통예술과 관련된 전문서적 원고가 하나 들어와 있는데 내용이 괜찮더라고, 책 나오면 한권 줄테니까 참고해!"라고 말해 출판예정인 책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출판사에서 편집이 끝나고 책이 나올 시기에 출판사에게 찾아가 "먼저 출판예정이라고 했던 책 나왔나요?"라고 했더니, 하는 말 "글쎄 우리가 완전히 속았다니까, 아니 알고 보니 그 책 내용이 다른 책에서 거의 베낀 것이더라고, 내가 이거 원저자들하고 원만하게 중재하느라고 혼났어!".

 

"네? 표절요? 저자도 표절을 인정하던가요?"

"인정 안할 수가 없지. 책 제목만 약간 다르고 내용이 같으니 말이야. 미안하다고만 하더라고. 나원참 그런 사람이 어떻게 박사가 됐는지..."

 

출판사 사장은 문제의 책을 전량 회수하기로 원저자와 약속해서 책을 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표절본이라서 폐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을 꺼렸던 모양입니다. 책을 줄 수 없다고 하니 더욱 내용과 표절당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지난 책들을 몇 권 얻어 가면서 사무실 한 켠에 폐기를 기다리며 쌓여 있던 이 책(표절책)을 슬쩍 집어왔습니다. 표절본으로서 소장가치가 충분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혼돈이 있을 것 표절표기같아 책 속표지에 표절본이라고 기록을 해 놓았습니다(사진).

 

박 박사는 왜 표절했을까요?
박 박사는 당시 개교한 지 얼마되지 않은 모 대학에 출강하고 있었던 신분이었습니다. 모 대학은 급격하게 학과를 신설하고 교수채용을 많이 하던 때입니다. 여기에 맞춰 연구실적이나 경력이 필요하여 무리한 수를 쓰지 않았나 추정을 해 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표절책이지만, 내용이 너무 훌륭하여 제가 많은 지식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좋은 자료들을 정리한 원저자는 다르지만, 간혹 관련자료가 궁금하면 이 책을 열어서 참고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책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그 밖에 에세이, 칼럼, 신문기사, 미술작품, 문학작품, 논문 등을 표절한 자료들을 상당 분량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표절하는 자의 성품을 보면 바르지 못한 행실이 생활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러한 행위들이 상습적이어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합니다.

 

늘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하다 보니 자기중심적 사고와 정서가 불안하고, 자신들이 남들 속이며 살아가기 때문에 남을 믿지 못하고 주변을 항상 의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들이 거짓말을 하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착란증세도 쉽게 찾아오는 유형들입니다.

 

표절과 짝퉁을 즐기는 자들은 개인의 능력이 모자라 정서가 불안한 사람들끼리 편을 이뤄 되지 못한 사회생활을 정당화시키는 특징이 있고,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도 없으면서 마치 전문가처럼 행세하려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표절과 짝퉁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두동진 생각들을 잘 모를 것이라고 믿고 있어 계도를 해도 고칠 수 없는 중병입니다. 표절과 짝퉁의 예방은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교육해야 할 성질의 것으로 저는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표절과 짝퉁행위를 보면 가정교육을 의심합니다.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