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8_4.jpg[발행인 잡담] 지역언론 벌써 6년째다. 최근 지역에서 모 씨에 의해 주간지 하나가 창간을 준비하면서 창간준비호를 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지난 지방선거 이전에 잠깐 운영되던 모 언론이 인터넷뉴스로 종별을 변경하여 개설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를 가르쳤던 은사님들이나 키워주신 부모님들이 이런 짓은 오래하면 못 쓴다고 하여 수차례 이 짓을 접어야 할 핑계거리만 찾고 있는데, 주변에서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언젠가는 지역언론 운영을 그만두겠지만, 그 전에 지역언론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들에게 몇 가지 부탁하고 싶다.  지역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왔던 계룡신문의 역할이 앞으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고, 발행인 입장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니, 누군가가 더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에 생각이 바로 잡힌 언론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두 시민들의 혜택으로 돌아가니, 내 돈 들여서 진정한 언론을 추구한다면 그것 또한 칭찬할 일이다.

공교롭게도 매체들이 발행을 준비 중인 시기가 차기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기와 겹치고 있어,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선거 때 반짝이라는 의심), 제대로 된 운영만 한다면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의심을 불식시키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내 돈으로 신문발행하는데 옆에서 왠 잔소리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나도 내 돈으로 6년 동안 해보니까  사생활까지 지독하게 간섭하려는 어중이들이 많고 나를 옥죄려는 떠중이들이 깔리고 깔려 있더라. 조금 참아라.

육하원칙은 알고 있는 사람이 기사를 써라

기자라면 취재원이 싹수머리가 없어서 명예를 훼손하고 싶어도 육하원칙은 알아야 기사를 쓸 수 있다.  
무늬만 기자인 사람들이 언저리에 널려 있다. 초등학생  수준의 날적이  정도는 쓸 줄 아는 사람이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지난 날 계룡의 지역언론 역사에서 특이한 사례(?)를 경험하여 모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기자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 분야의 지식과 철학을 말하고 싶은 글 이외에는 초등학생들도 읽고 나서 무슨 뜻인지 알 수 있게 써야 한다.

다른 매체 기사 표절하지 말고 짝퉁짓 하지 마라

허락 받지 않은 다른 매체 기사는 베끼지 말고 흉내내지 마라. 타인의 지적재산을 베끼는 짓은 고약한 짝퉁 보다 더 심한 도둑이고 숨통이 길지 않다. 타 매체에 보도된 기사를 부분적으로 인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라. 이 부분도 지난 날 계룡의 지역언론 역사와 지역문화계에서 특이한 사례를 경험하여 모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간판 걸었으면 3년 이상 운영해라

지역언론 간판 내걸면 3년 이상 계획 세워서 운영해라. 최소한 3년 이상은 버텨야 자연스럽게 운영을 유지할 노하우를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계룡지역에서 확인된 일이다. 그동안 몇몇 지역신문이 생겨났었지만, 모두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못 채우고 사그라들었다.  급하게 닥치는 일만 해결하게 되면 언제나 전전긍긍. 숨통을 조여오는 이 사회의 다양한 호흡들을 막아 낼 수가 없고, 그러다보면 기득권이나 못된 것들과 결탁으로 이어진다. 결탁도 잠깐이다. 오래가지 않는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 추측성 기사는 쓰지 마라

(내용 없음)

정치인 정보는 혼자 먹지 말고 독자에게 나눠줘라

지방정치인의 활동을 보도하기 위해 얻은 정보는 기자 개인이 이용하지 말고 독자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기자가 지방정치인에게 잘 보여봤자 나오는 거 하나도 없다. 정치인은 시민 삶을 위해 줄 것은 많아도, 기자 개인한테는 줄 것 없는 빈털터리다. 정치인은 언론을 필요에 따라서 이용하는 것이고, 언론은 “나를 활용하세요”라며 이용하기를 원한다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서로가 이용만 하면 윈윈하는 것인데, 때로는 서로가 언제든지 뒤통수를 때릴 해머 하나씩 가지고 있다. 기자는 뒤통수 맞지 않으려면 파악한 정치인 정보는 혼자 먹지 말고 독자들에게 기사로서 진실하게 전달하라. 정치인들은 독자들 뒤통수까지는 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그러니 독자들에게 성실하게 정보를 제공하면 안전 빵이다.

공무원에게 밥 얻어 먹고 기사로 갚지 마라

지역언론은 권력이 아니다. 공무원들 앞에서 어께 힘주려 하지마라. 공무원들 개개인은 이 사회에서 능력이 있는 자들이다. 안타깝게도 조직생활을 하다보니 그 안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있는 것 뿐. 내가 보기에는 계룡시에 들락거리는 여러 가지(?) 기자 선생님들보다 훨씬 유능하다. 특히 기자실로 담당공무원 호출하여(기자가 무슨 자격으로? 공무원을 오라 가라 해? 필요한 거 있으면 직접 찾아가면 그만, 출입기자가 부시장은 아니잖아?) 느자구 없는 짓은 하지 마라. 공무원들은 이런 기자들 비위 맞추지 말아야  하고, 그래도 공무원이 기자 앞에서 살랑살랑 거리면 지역언론에서 비판해야 한다. 비판도 못하면 지역언론 때려 치워야 한다. 내 돈 들여서 공익을 위해 비판도 못하냐?

"이거 기사 낼껴!" 공무원들한테 공갈 치지마라

담당 업무와 관련하여 “이거 기사 낼껴!” 이런 식으로 공갈치지 말고,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면 밥도 얻어먹지 말고, 어쩔 수 없이 얻어먹으면 꼭 먹은 만큼 밥으로 사주고 기사로 대신하지 마라.

지역업체 찾아다니면서 광고 구걸하지 마라. 창피하다

지역경기도 어려운데 지역업체 찾아가서 광고 달라고 민폐 끼치지 마라. 업소에서 광고 내달라고 사정할 때까지 먼저 손 내밀지 마라. 기자가 그것처럼 추접한 짓이 없다. 지역경제 환경은 업소에서 지역신문에 광고를 주면서까지 홍보할 여력이 없고 홍보효과도 크지 않다.
 
지역언론은 업소들을 보호해야 한다. .

계룡신문(i계룡신문) 6년 동안 지역업소 찾아가서 광고 한 번 달라고 한 적 없다. 준다고 해도 계룡신문에 광고 나간 것을 다른 신문기자들이 보면 그 업소 찾아가서 “우리도 광고 달라”고 윽박 지르는 일이 있어 업소 보호를 위해 광고를 거부한다. 물론 그런 것들 감수하면서 광고를 내달라고 하면 해주고, 광고비 독촉은 하지 마라. 몇 푼 되지도 않고 기자가 돈에 궁색해 보이면 제보도 안 들어 온다. 없어도 어디 가서 신세지려고 하지 마라.

정치인, 공무원, 사회적인 공인들이 형평성 잃으면 비판이 약이다.
(내용 없음)

계룡신문 이렇게 6년 했다고 자신한다.
다소 발행인 개인의 판단에 의지하여 객관성을 잃은 기사는 있었을 지 몰라도, 주민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역언론 제대로 하는 사람 나타난다면, 그 날은 6년 동안 쌓인 자료나 신문사 재산 및 발행인 쌈지돈까지 다 거져 넘겨주고 이 짓거리 그만두고 해방되는 날이다. 지역에 제대로 된 언론 탄생을 학수고대한다. 나의 해방을 바란다.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