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범죄, 현 법관들이 사과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어

"당시 법관들이 인권을 지키지 못하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해 선배 법관을 대신해 사과합니다"

29년 전 논산,금산,계룡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인제 의원(무소속)이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할 당시 김대중내란음모와 함석헌 선생과 관련이 있다는 금산 출신 인사 6명에 대해 중형(징역4년~10년)판결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일명 아람회 사건. 대전지방법원에서 중형의 유죄판결을 받아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이 29년이 지난 2009년 5월 21일  서울고등법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29년간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이 국가로부터 범죄를 당해 학연, 지연 등의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파괴된 채 생활했고 고문 후유증으로 1998년도에 사망한 동료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이들의 죄는 5.18 민중항쟁과 관련하여 전두환의 광주학살 심판을 촉구하는 유인물 '전두환 광주살육작전'과 '서울대 반파쇼학우투쟁선언문'을 금산군민들에게 등사하여 돌렸던 데에서부터 시작했고, 그 구성원들이 경찰, 검찰 직원, 육군대위, 교사 등 국가공무원이었다.

아람회 사건은 당시 국가(경찰, 검찰,  보안사, 안기부, 법원 등)가 현역 육군대위였던 김난수씨의 딸  '아람이' 돌찬치에 모인 사실을 반국가단체로 용공조작하여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구속영장 발부 시까지 이들을 한 달여 동안 불법 감금한 상태에서 고문하고 허위자백을 강요하여 저지른 5공의 중대한 국가범죄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서울고등법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29년 전 유죄판결을 했던 판사 중 한 명이 논산,계룡,금산 지역구 의원인 이인제 의원도 있었다는 점이고, 또한 그 피해자들이  현재 이인제 의원의 지역구인 금산 출신들이다.

2007년도 언론에 보도된 해당 사건 기사에 의하면(관련자료: 이인제 의원, 법관재직시 '아람회 사건' 유죄 판결/오마이뉴스 07.07.06 18:44 심규상 기자) 사건 피해자 중 박해전씨(6ㆍ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언론본부 대외협력단장)는 "당시 법정에서 불법체포와 불법감금, 고문조작 사실을 주장하며 무고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묵살하고 검찰의 조작된 공소장과 똑같은 판결문을 내놓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인제 의원은 지난 1997년 9월 한 방송사의 '대통령후보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해 "(아람회 사건은) 두고 두고 고통스런 한 장면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인제 의원은 당시 아람회 사건과 한울회 사건 유죄 판결 사실을 지적하자 "판사로 임관되자마자 다룬 사건으로 당시 말석이었다"며 "혼자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불행했던 일로 아픔을 같이 한다"고 밝힌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아람회 사건은 이인제 의원이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상대 후보들에 의해서 거론되는 후보자의 과거에 관한 문제들이었지만, 실제 지역에서는 이 의원의 같은 지역구 안에서 지역출신들이 피해를 받은 국가범죄가 있었다는 일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29년 지속되는 동안, 피해를 안겨준 국가범죄에 일조했던 이 의원은 같은 기간동안 대통령까지 출마를 했던 논산출신 거물정치인으로 지역민들에게 신망을 받아 다선의 국회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한 점이 비교된다.

2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이성호)는  '아람회 사건' 관련자 5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하면서 "피해자들이 (당시 재판부에) 억울함을 호소했는데도, 이들의 인권을 지키지 못하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해 선배 법관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말해 이인제 의원을 비롯한 선배 법관들의 잘못된 판단들을 대신해 사과했다.

국가로 인한 인권말살 29년 이라는 세월... 중앙의 일간지들은 22일 아람회 사건 취재기사로 "29년 恨 녹인 45분 선고공판"이라는 제목으로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요약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는 취지로 보도됐고, 21일 공중파 방송 저녁뉴스에서도 아람회 사건 판결 내용을 주요기사로 다뤘다.

한편, 박씨 등 아람회 피해자들은 2007년 11월 “군사반란으로 장악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조직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6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