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려면 정치인 혼자 망가져야

개다리폼 잡초인생, 안쓰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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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쪼그리'라는 별명을 가진 꼬마가 있었다. 동네 양지바른 곳에 쪼그려  앉아 늘 뭔가 생각하는 녀석인데, 생각하는 수준이 보통사람들의 뇌구조를 뛰어 넘는 수준이라 친구들이 시기하며 지어준 별명이다.

 

쪼그리는 다른 꼬마들보다 동네 어른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 어른들 잔심부름도 잘 해주고 인사성도 밝았다. 그런 쪼그리를 골탕 먹이려는 꼬마들이 몇 있었다.

 

같은 마을에 꼬마들 대장노릇을 하는 마름이라는 녀석이 있었다. 마름이는 쪼그리가 동네 어른들한테 칭찬을 받는 것이 배가 아파 늘 쪼그리를 골탕먹이려는 수작만 부려왔다.

 

마름이는 오늘도 쪼그리를 골탕먹이려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열중했다. 쪼그리 집으로 가는 길 위에 잡초가 무성하니 잡초를 묶어 덫을 놓고 넘어지게 하자는 묘안이 떠올랐다. 마름이는 쪼그리가 지나가는 길 군데 군데 잡초를 묶어 놓고 감나무 뒤에 숨어 쪼그리가 넘어지기를 기다렸다.

 

쪼그리는 집에 들어가는 길의 잡초가 이상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는 잡초들이 깃을 세우고 있었는데, 모두 머리를 딴 것처럼 숙이고 있는 것이었다. 쪼그리는 잡초가 묶어진 형태를 보고 누군가가 자신을 골탕먹이려 한다는 것을 금새 알아챘다.

 

쪼그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잡초덫을 잠시 내려다보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다. 쪼그리는 누군가의 의도대로 내가 덫에 걸려 넘어지면 덫을 놓은 사람은 작전이 성공했다고 낄낄거릴 것이 당연했다.

 

쪼그리는 잡초덫을 잠시 내려보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일부러 발을 걸고 넘어졌다. 넘어질 때는 동작을 크게 양팔을 허공에 휘져었다.  멀리서 쪼그리가 넘어지는 장면을 지켜보던 마름이는 침을 꿀컥 삼키며 우쭐했다.

 

다음날 마름이는 친구들과 동네사람들에게 자신이 놓은 덫에 쪼그리가 넘어졌다며 쪼그리보다 자기가 더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자랑했다. 우둔한 마름이의 자랑을 듣고 있던 동네의 한 어른이 하는 말. "네 똥 굵다!" 

 

지역에 미련둥이 마름이와 같은 지방정치인들이 있다. 정치인들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는데, 우리 동네 일부 인사들은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자들로 보인다. 자고 일어나면 누군가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줄 알고 착각하고 있다.

 

 차기 지방선거 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 가운데 후보들 사이에 끼어서 이름값 높이려는 수작은 잡초덫 놓고 시민들을 우롱하는 비열한 짓이다

 

쪼그리가 일부러 넘어진 것도 모르고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랑하는 미련한 마름이처럼  이름 석자 들어간 신문쪼가리 들고 "내가 시장후보로 거론됐다"고 자랑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 연출은 역겹다.

 

일부 인사는 시민혈세로 동네에서 폼만잡거나 여행지 가서 개다리폼 관광사진만 찍다보니 닦아놓은 역량이나 능력이 없어 잡초덫이라도 놓고 요행을 보자는 되지 못한 심보가 깔려 있다. 불쌍하고 안쓰러운 감정까지도 사치스럽다.

 

시민들은 마름이와 같은 지방정치인이 쳐 놓은이 더 선명하게 보여 쪼그리처럼 액션을 크게하여 일부러 넘어져 주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 하루 아침에 괜찮은(?) 정치인이 되는 일은 없다. 애초부터 본성이 글러 먹었다면 스스로 수련을 거쳐야 한다.   망가지려거든 정치인 혼자 망가지고 시민들을 볼모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관전 재미있을 전망이다. /이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