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 상품권 사용실적 자랑거리 못돼

상품권 '계룡시장' 문구 보고 욕 나

 

업소에서 지급을 거부당한 계룡사랑상품권(5천원권)

 

계룡시는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계룡軍문화축제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하기 위하여 육군발전협회(AROKA)와 극적인 타결을 보아 축제장 내 모든 업소에서 지역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활성화에 청신호를 마련했다"며 "계룡상품권을 통해 9천만원의 판매성과를 올렸다"고 15일 홍보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에 일부 지방일간지 등에서 계룡시의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계룡군문화축제 당시 육군발전협회에서 운영한 업소는 계룡지역 업체라고 볼 수 없다.  축제장에서 사용한 계룡사랑상품권은 관람객들이 육군협회에서 운영한 업소에 돈을 쓴 실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 언론홍보까지 할 정도로 자랑할 만한 업적은 되지 못하는 듯하다. 계룡시의 주장은 축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계룡시에 상품권이 존재한다는 홍보효과는 있었을 지언정, 지역경제활성화의 도움과는 거리가 있다. 

 

본지는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엄사리의 여섯 업소를 찾아 실제 계룡사랑상품권 사용을 시도해 봤다.

 

15, 16일 본지 기자 계룡사랑상품권 사용기

 

15일 아침. 엄사리 소재 목욕탕에 갔다. 목욕탕에서는 계룡사랑상품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손님이 상품권 설명을 해 주었음에도 받지 않아 목욕료를 현금으로 지급했다. 목욕탕에서 나온 뒤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병을 샀다. 역시 계룡사랑상품권은 받지 않았다. 업소 주인이 받지 않겠다는데 일일이 상품권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야 할 이유가 없어 현금으로 지급했다. 점심시간, 근처 식당에서 식비로 계룡사랑상품권을 내보였더니, 식당 종업원이 주인에게 물어보고 상품권을 받았다.


16일 아침. 15일 아침에 간 목욕탕 근처의 다른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역시 다른 목욕탕도 계룡사랑상품권을 받지 않았다. 어제 간 편의점에서 조금 떨어진 담배가게에서 담배를 사고 상품권을 내밀었다. 담배가게 주인은 가끔 이런 거 주는 손님이 있다며 별로 탐탁치 않은 표정이다. 같은 동네 세탁소에 옷을 찾으러 갔다. 세탁료로 상품권을 지급했더니 받지 않아 현금으로 지급했다.

 

(본지에서 다녀온 업소들은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이틀 동안 엄사리 소재 공중업소 등 다녀온 여섯 곳의 업소중 네 곳 업소가 상품권을 받지도 않았으며, 상품권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상품권을 받은 두 곳도 주인이 한참 생각하거나 어쩔 수 없이 받는 입장으로 보였다.


계룡시 관계자는 대부분 관내의 업소들이 상품권을 받도록 홍보하거나 협조를 구했다고 하지만,  업소 주인이 바뀌거나 업소 자체에서 종업원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계룡사랑상품권 사용이 어렵기도 하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계룡사랑상품권 사용자가 업소 주인들에게 일일이 상품권의 사용취지를 설명하고 지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용자들은 업소 주인에게 물건값 등을 계룡시장 직인 찍인 종이장 하나로 계산하려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업소에서 계룡사랑상품권을 거부당하면 상품권에  '계룡시장' 이라고 새겨진 문구와 직인을 바라보며 욕이 튀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이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