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무소로 전출 가면 그만이지"

 

현대사회에서 직업을 폄하하는 일은 인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시즘의 산물로 여기고 있다. 직업이란 인간에게 최소한의 삶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신성한 존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변에는 직업이나 맡은 업무에 대해 차별화시키고 싶어하는 실눈 뜬 사람들이 적지 않다. "면사무소로 전출 가면 그만이지". 계룡시청 일부공무원들이 민원인이나 주민들과 마찰이 있을 때 입버릇처럼 뱉어내는 용어다.

 

같은 공직자들이 하부기관이나 부서에 근무하면 마치 업무 능력이 부족하여 밀려난 것처럼 들린다. 아니면, 면사무소가 본청 직원들의 피신처(?)나 휴식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이 소속한 하부기관의 업무를 폄하하는 일은 스스로 공직자의 값어치를 낮추는 꼴이다.

 

공직사회에서 조직은 틈새가 벌어지면 도덕적인 회의가 만연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 안게 된다. 자신을 낮추며 살아야 하는 천직과도 같은 공직사회에서 하부부서 구성원들의 업무를 격려하기는커녕, 업신여기는 모습에서 되지 못한 정서들이 틀어박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개인의 자질 문제를 떠나 공직사회가 권력지향주의적인 삐뚤어진 의식구조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주민들은 면사무소에서 공무원들을 가장 많이 접촉한다. 면사무소는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민원인 접촉이 많은 만큼, 말 못하는 애로사항이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면사무소행을 운운하는 공무원들은 업무능력(?)이 탁월하여 근무환경이 보다 나은 자리에 앉아 있다는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한 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정서들이 주민들을 경시하는 풍조로 이어질 위험까지 앉고 있다. 이 시대의 사회구성원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삶의 가치를 필요로 하는 고유한 영역을 보호해야 한다. 세 치 혀끝에서 낮은 자를 향한 멸시가 튀어나오는 일이 없어야겠다.